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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으로 아이가 착해질 수 있다면 인성교육진흥법, 그 실효성
이름: 관리자    작성일자: 2016-01-13 01:19    조회수: 1772    
교육으로 아이가 착해질 수 있다면 인성교육진흥법, 그 실효성

지난 1월, 유치원 및 초·중·고에서 올바른 인성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자는 골자의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내년 1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 시행될 것으로 알려진 인성교육은 2012년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과 세월호 참사 당시 이준석 선장의 비인간적 행동으로 말미암아 대통령령으로 제정됐다. 그런데 시행의 중심이 돼야 할 일선 선생님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왜일까?


인성교육진흥법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말말말

“어? 이미 도덕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인데요”
인성교육진흥법에서 정한 예절, 효도를 비롯한 8가지 주제는 이미 도덕 교과서에 실려 있는 특별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것이 현직 선생님들의 주장이다. 도덕이란 과목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우리만의 가치교육, 인성교육 과목이다. 또 도덕을 포함한 여러 교과와 창의적 체험 활동 영역에서 충분히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 대표인 임종화 선생님은 인성이 중요하다면 과목의 중요성을 강화하면 되는데, 외부 프로그램을 굳이 도입하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덕 교사는 국가가 인정한 인성 전문가입니다. 4년 이상 공부한 사람과 20, 30시간 강의를 듣고 자격증을 받은 사람을 비교하면 누가 더 전문가일까요? 그래서 요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격증 남발 문제도 언급되는 것이죠.”

게다가 법안을 검토해보면 현재 시행 중인 ‘학교 폭력 예방교육’과 유사하고 겹치는 부분이 많아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이 법안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또 학교 교과 관계자들과 충분한 의견 교환과 소통을 통해 정해진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

“교과 시간 이외 각종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포화 상태예요”
서울 소재 고등학교 A교사는 인성교육이 부족하다면 교육과정 안에 집어넣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교에서는 교과목 이외에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넘쳐난다고.

“충분히 좋은 의도를 가진 법이겠지만 문제는 성교육과 안전교육, 폭력 예방교육, 중독 예방교육 등 법적으로 의무화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학교 교육 체제에 더 이상 들어갈 틈이 없는데 계속 하라고만 하니 교사들은 답답하고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 안전교육 등 의무교육이 급조된다. 대부분 실적 보고를 위한 형식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에서 인성교육이 또 하나의 형식적 교육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의 인성평가 대입전형 도입은 위험한 발언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고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부는 인성교육평가를 대입전형에 포함시키도록 하겠다는 발표로 학생들과 학부형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나 대입전형 인성평가는 전면 백지화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생부 종합전형 등의 서류나 면접평가에서 인성 등 다각적인 정의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대입전형에 인성평가를 도입하겠다는 언급 한 번으로 사교육 시장에 불을 붙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대치동 고등학생 학부모 모임 인터넷 카페에서는 “교육부가 대입전형에 대해 번복하긴 했지만 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정부에 잘 보이고 싶은 몇몇 대학들은 인성전형을 만들지도 모른다”라는 의견을 나누며 불안해하고 있다.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의 밑바탕에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미 인성평가가 전형에 반영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긴 이상 관련 사교육의 공급과 수요는 일어날 것이다.

“전 학생들의 인성을 점수로 평가할 수 없어요”
선생님들은 인성을 입시와 연결하는 것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못을 박는다. 요즘 학생들의 인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가 치열한 경쟁 구도의 입시다. 인성을 경쟁 도구의 하나로 만들겠다니! 과거 역사 선생님들은 입시에서 한국사 점수의 반영률을 높이는 것을 오히려 반대해왔다. 왜냐면 역사가 암기 과목으로 전락하는 수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세우기 위해서는 암기가 아닌 다양한 방법의 체득이 필요하다. 인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인성은 오랜 시간 가정과 사회 속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지 주입될 수 없다. 더구나 한 개인의 인성을 점수화하고 계량화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사회문제가 인성교육이 부족해 빚어진 건 아니잖아요?”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청소년들의 비도덕적 사회문제들은 결국 협력보다는 경쟁,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체제, 곧 어른들이 만든 틀에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임종화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 핵심 원인을 외면한 채 인성교육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국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와 분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중반 학교 폭력과 청소년 총기 사고 이후 우리와 유사한 법을 시행한 미국의 사례와 그 결과에 대한 평가를 해보는 걸 제안하고 싶네요.”

“인성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시민교육이 시급해요”
경기도 소재 중학교의 B교사는 현대사회에서는 예절교육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보다는 시민교육이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니냐고 말한다.

“정부에서 발표한 인성교육의 내용을 살펴보면 예절, 효도, 정직 등 과거 ‘삼강오륜’ 내용이 절로 떠오르는 게 사실이에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법안이 만들어졌다면 인성보다는 시민교육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배려하고 공공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민교육 말이죠.”

이제는 전통적 공통 가치의 붕괴보다는 개인의 인격과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사회의 지배적인 기준에 순응하고 따르면 착한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사회가 아니라 각자 독립된 인격체로 생각하고 주장하는 시민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 인성교육이 단순한 예절교육으로 끝난다면 크게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 (법률 제13004호)
인성교육진흥법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예절,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8가지 주제로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교육부 장관은 5년마다 ‘인성교육종합계획’을 세우고 유치원, 초·중·고 학교장은 매년 인성교육 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인성교육인증제 및 교원 연수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적 강제 조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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